입사를 한 달 정도 앞두고, 문득 학교에서 들었던 강연 내용이 생각나서 다시 들어보며 내용을 정리하였다.
연사님은 SK 플래닛 CEO 유재욱 님
강연 주제는 '회사 생활 잘 하는 법'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인의 역량
AI 가 발전하면서 회사도, '인재' 의 정의도 변화하고 있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결국 일은 '사람'이 하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여전히 '좋은 팀' 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팀을 구성하는 형태가 소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과거의 전통적인 경영 철학과 여전히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남아있다.
직장인의 역량이라고 한다면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참고로 열정, 에너지, 성실성은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것이다)
1. 하드스킬
2. 소프트스킬
3. 처세술
하드스킬은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필요한 기술을 말한다.
회사에 들어가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것(문서 작업, 코딩 등)들에 더해 각 산업 별 전문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분야에서는 '어떤 지표가 키 매트릭' 이고, '어떤 사람들이 키 맨'이고, 누군가를 설득할 때 '누가 키 플레이어라서 어떻게 설득할 지' 등에 대한 지식도 포함된다.
이 지식들은 성실하게만 살아왔다면 누구나 갖추게 된다.
소프트스킬은 조직 관리, 코칭, 피드백, 커뮤니케이션 등등을 말한다.
이 역시 비정형적일 것 같지만 나름의 체계가 있다.
소프트스킬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프로젝트 리더를 맡게 되면 필요로 하게 되고, 회사에서 윗 선배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서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회사든 사업이든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 이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다.
투자자의 마음을 설득하는 것, 사업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를 상대방의 마음에서 끌어내는 것 등등
처세술은 이런 사람의 마음을 사는 능력이고, 이 능력 역시 중요한 역량 중 하나이다.
(처세술의 안 좋은 면이 부각된 것이 사내정치이지만)
회사란 무엇인가
회사에서 적응을 잘 하기 위해서는 회사에 대해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먼저 기본적으로 회사란 '자본과 부채를 조달하여, 필요한 자산을 사고 사람을 고용하여,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이다.
물론 이 외적으로도 고객, 사회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물리적인 부분으로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고, 이 안에 '비즈니스 모델' 이 들어있다.
예를 들어 SK 플래닛의 경우 '고객에게 포인트 혜택을 주어 페이지에 오래 머무르게 하고, 페이지 뷰와 활동성을 기반으로 광고주들에게 광고비를 받는다' 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페이지를 개발하는 비용, 고객에게 포인트를 지급하는 비용, 광고주와 연결해주는 브로커 수수료 비용 등이 나간다.
자산으로는 회사 건물, 서버 등이 존재하고, (제조라면 공장, 서비스라면 지재권 등도 포함된다)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는 은행 대출, 회사채 발행, 자본으로 투자를 받는 방법 등이 있다.
따라서 사람을 모아 '조직' 을 구성할 때는 비즈니스 모델의 목적에 가장 최적화된 인적 구성을 가져가야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회사가 될 수 있다.
보통은 기획, 개발, 마케팅, 영업 등등이 적정 비율로 섞여있으며, 이 비율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경영의 중요한 축이 된다.
이런 논리적인 구성에 더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고객 만족이 우선이다, 기술 혁신이 우선이다, 시장 지배력이 우선이다 등) 를 정하는 것 역시 이를 기반으로 데일리 업무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회사의 문화도 조직을 경영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이해하고 있다면,
내가 있는 부서에서 업무를 결정하는 사안마다 왜 그렇게 결정이 되고,
내가 업무에서 제안하거나 결론을 내릴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가 잘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회사가 순수하게 '돈'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돈'만 추구해서는 사업이 유지되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자는 "회사의 이해관계자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 을 목표로 하게 된다.
예를 들면
사회에서 이 기업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회사에 투자한 주주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기업 가치를 유지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조직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지 (금전적 보상 외적으로도)
고객들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만족시킬 것인지
등등이 있다.
따라서 경영진들은 (임기가 짧게 정해져있기는 해도) 중장기적으로도 계속 이와 관련된 고민들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삶에서 '직장의 의미' 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면
성취감, 커리어의 성장, 돈, 사회적 관계, 일상 등등 다양할 것이다.
(직장의 의미가 일상이라는 것은 매일 출근하는 그 일상 자체로 회사에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이를 잃고 싶지 않아서 더 많은 경제적 보상을 포기하고 퇴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과거 연사님이 회사 선배에게도 똑같은 질문들 들어서 비슷하게 답을 하셨었는데
당시 회사 선배는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회사는 네 상사와 네 상사의 상사다" 라고 하셨다고 한다.
즉, 사회초년생에게 있어서는 '상사와 상사의 상사만 신경쓰면 어느 정도 회사를 잘 다닐 수 있다' 는 것이다.
이때 신경쓰라는 것은 뭔가 비위를 맞추고 그런 것보다도 '상사의 KPI' 를 파악하라는 뜻이다.
KPI 는 회사 조직이 성장하면 직책자들의 보너스, 급여 등을 결정할 때 활용하는 주요 평가 지표를 말한다.
게다가 이 평가지표는 문서에 적혀있을 수도 있고, 적혀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런 KPI 를 잘 파악하고, 상사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사 잘하고, 술자리 따라가고 이런 게 아니라,
"내가 없으면 상사가 불편한 사람"
"상사가 뭘 하려고 할 때 필요한 사람"
이 되어야 하고,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사의 KPI' 와 '상사의 상사의 KPI' 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되고 나면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있다.
평소에 농담 잘하고, 비위 잘 맞춰주고 상사와 친하게 지내고 이런 사람이 잘 나갈 것 같더라도
팀 규모가 축소되고 이 직급에서는 몇 사람이 남아야하고..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결국에 남는 사람은 상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사람, 자신의 KPI 를 잘 채워주는 사람을 고르게 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에서 중요한 것
MECE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의 줄임말로
각각의 요소는 서로 주제가 겹치지 않지만, 다 합쳐보면 전체 그림을 모두 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설명하거나, 의사결정하거나, 보고할 때
사회초년생은 '내가 아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보다는, 내가 설명하려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있는 '전체 그릇' 이 어떻게 되고
그 그릇 안에서 내가 설명하려는 내용들은 어떤 어떤 부분이고,
이 각 부분안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고, 그 요소들 중에서 중요한 요소가 이것이라서 이것을 먼저 설명해보겠다고 접근을 한다면
설명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파악이 더 쉬워진다.
따라서 항상 이야기를 할 때는 MECE 개념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면 좋다.
MECE 는 주제의 구조를 잡아주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도 도움이 된다.
내가 핵심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까지 끌고 갈 때
전체 집합에서부터 부분 집합을 내려오면서 '이 부분만 설명하는 이유는 나머지 부분은 여러분도 일반적으로 알고 계신 내용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만 설명하겠다' 라고 하면 '이 사람이 빠뜨린게 없다' 는 인상과 함께 현재 이야기 하는 부분과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더 강조된다.
그리고 이야기를 마치면 '다른 방향성을 검토한 것이 없냐' 는 주제로 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때도 MECE 를 활용하면 내가 포커스한 주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왜 해당 방향에 대해 포커스하지 않았는지 설명이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 확인을 하겠다고 설명하기 쉬워진다.
또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의 경우, '큰일이 났다' 라면서 찾아온다.
이 말이 어려운 것이, 실무자 입장에서 큰일이 난 것인지,
일이 터져서 MECE 에서 분류해 놓은 부분 집합 중 더 큰 집합으로 안 좋은 영향이 퍼져나가는 것인지
그런 것들을 잘 보이지 않게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에 대해서 다시 추궁하며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 사람에게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지' 의심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그런 상황을 설명할 때도 MECE 를 생각해서 말을 하면 좋다.
Funneling
넓은 깔대기에서 좁은 깔대기로 내려가는 방법을 나타내는 용어로,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마케팅을 할 때 10만명의 고객에게 문자나 알림을 띄우면 이게 첫 번째 퍼널링이고
문자나 알림에 반응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10%라면 1만명의 고객이 두 번째 퍼널링
이들이 들어와서 10%가 우리가 보여주려는 페이지를 보고 스크롤해서 내용을 확인 후 신청 버튼을 클릭한다면 다음이 세 번째 퍼널링
이런식으로 통계적으로 경험치를 쌓아서 '이런 메세지를 이런 혜택과 함께 보내면 이런 퍼널을 통과해서 이렇게 도달한다' 라는 것을 파악한다.
그리고 이렇게 파악을 해두면 특정 퍼널에서 수치가 낮을 때 이 구간 퍼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하기가 쉽다.
상대를 설득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이 구조가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 새로운 유통 사업을 시작한다고 할 때
베트남의 산업은 어떤지 -> 리테일이 좋다 -> 리테일 중에서 어디가 좋은지 -> 약국 유통이 좋다 -> 유통회사는 어디를 고를지 -> 이런 후보가 있는데, 이 후보가 '약국' 밸류 체인에서 우위에 있으니 여기가 좋다
이런 식으로 내려오는 구조로 설득, 보고서 작성을 하면 된다.
그리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무조건 내가 아는 내용을 다 넣기보다,
이 보고서를 읽고 의사결정할 사람이 "의사결정 방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 만 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노파심에 이 회사는 되게 좋은데 이런 우려가 있다.
근데 한편으론 매장 위치가 좋은데, 아 한편으론 주변에 경쟁사 점포가 늘고 있고..
어쨌든 종합적으로는 55% 정도 만족해서 투자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보고서를 쓰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안좋은 점도 있고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숨기라는 것이 아니라, 이는 배치의 문제이다.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이 회사를 추천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이 회사의 장점을 모아서 내가 왜 이 회사를 골랐는지 스토리 중심으로 작성하고
우려되는 사항은 뒤쪽으로 몰아두는게 낫다.
즉, 내가 말하려는 큰 주제와 관련된 주제들만 서브 주제로 같이 있어야지, 관련 없는 주제와 정보들을 같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요즘은 AI 가 이런 것도 나름 해주긴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이런 구조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뭔가 해야할 때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나의 논리를 구조화하는 능력은 꼭 키워두는 것이 좋다.
Reconciliation
회사에 들어가면 숫자를 볼 일이 많다.
회계와 같이 돈을 다루는 부서가 아니더라도 성과나 현재 상황 보고 등 숫자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은 직군에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때 윗 사람들은 숫자를 살펴볼 때 reconciliation 관점으로 숫자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매출 보고서에 작년에는 300억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370억의 매출이 발생했다고 작성한다고 하면
70억의 매출이 상승한 이유를 설명할 때, "40억은 이런 이유로, 20억은 저런 이유로 상승했습니다." 에서 끝내면 안된다.
나머지 10억에 대한 것까지 설명해서 70억을 맞춰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reconciliation 은 어떤 결과를 숫자로 설명할 때, 세부 사항의 숫자 합이 총 숫자의 합과 일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너무 자잘한 것까지 다 설명하는 것은 효율이 좋지 않으므로 보통 전체 숫자의 90% 정도는 설명을 하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숫자의 변화 흐름을 표나 그래프로 나타내는 경우, 일관성이 깨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이유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3년 숫자의 흐름이 일관적으로 10% 씩 상승하고 있다면 이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궁금증이 크게 없다.
하지만 30% 증가했다가 10% 증가하는 것으로 변화했다면, 그 30% 변화에 대해서는 이유를 반드시 물어본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할 때 역시, 앞서 말한 reconciliation 관점을 기억하고, 설명하려는 총 숫자의 90% 는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요소의 컴포넌트 구성비를 표현할 때도 구성비의 변화가 일관적이지 않다면,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총 비용이 증가했는데, 그 이유가 성과금 지급에 따른 일시적 인건비 증가라면, 이번 달에는 성과급 지급 증가에 의해 일시적으로 이 정도 증가했고, 나머지 요소는 이전에 비해 5% 감소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제외하면 내년부터는 이익 단에서 5% 더 이익이 날 것이다. 와 같은 흐름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례 분석
멜론 서비스 분사
초기 멜론은 SKT 에서 출시한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하지만 가입자를 유도하기 위해 요금제와 엮어서 사용자를 모으다보니 계속해서 비용이 발생했고
(요금제를 통해 할인을 해주는 것 역시 비용이다)
자사 통신사 고객 외의 고객을 받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멜론 서비스를 분사하는 것을 검토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와 관련된 TF 팀이 내부적으로 만들어졌고, 당시 대표님은 대리로서 해당 팀의 막내로 들어가셨다고 한다.
당시에는 분할 재무재표를 작성하는 일을 맡았고,
(이런 하드스킬은 부가가치가 높진 않다. 누구나 성실히 배웠다면 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
올바르게 작성했는지 회계사 선배에게 부탁해서 검토를 받는 정도를 했었다.
(사회생활 초반에는 이런 일에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 친한 회계사 선배를 알아두면 좋다고 한다..)
소프트스킬 측면에서는 이 재무재표에서 어떤 것을 강조할지 고민하는 포인트가 있다.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분사 후 비용의 감소와 타 통신사 잠재 고객들의 유입으로 인한 수익 증가를 떠올릴 수 있는데
구체적인 테크니컬한 숫자로 설명하면 잘 와닿지 않으므로, 비용 감소와 고객 확장 측면이라는 큰 꼭지를 두고,
앞서 설명한 MECE, Funneling, Reconciliation 을 활용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숫자로 볼 때는 숫자가 튀는 부분을 위주로 스토리라인을 작성하면 된다.
그리고 처음에 말한 것처럼, 이런 일을 할 때 하드스킬, 소프트스킬 셋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즉, 상사의 KPI 와 상사의 상사의 KPI 를 고려해야 하는데, 이 분사를 하는 목적, 이 서비스 분사를 누가 지시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이 분사 지시가 최상부에서 확신을 갖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면, 분사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길 원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정말 긍정적인 것들만 적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내용을 적더라도, 위에서 어떤 뉘앙스를 원하는지 알고 있다면 어떤 표현을 작성하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표현을 쓸 때 어떤 표현이 좋을지 선택할 수 있고, 이 일을 대하는 태도나, 관계자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좋을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이 일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를 알고 미팅을 시작하는 것과 모르고 시작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서 일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가령 내 상사가 최고 결정권자와 사적으로 친분이 있고, 개인적으로 결정권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이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면, 내 상사는 이 일을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반면 내 상사가 아닌 다른 상사가 최고 결정권자와 소통해서 무리해서 이 일을 진행하려고 하고, 나의 상사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일을 진행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상사는 다른 상사보다 표면적 직급이 낮아서 앞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일 수 도 있다. 이런 맥락을 고려하고 일을 진행한다면 더 좋다.
모빌리티 기업 경영권 확보
과거 20% 정도의 지분을 인수한 모빌리티 기업이 하나 있었다.
회사에서는 이 모빌리티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근데 경영권 확보와 지분 인수는 문제가 다르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대주주로부터 지분을 받아야 하는데, 대주주가 이를 팔 생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진행할 때, 하드 스킬 측면에서는 대주주의 지분을 얼마를 인수하고, 회사의 신주를 얼만큼 추가 구매를 하고, 이로인한 대주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얼마의 돈을 추가로 투입하고.. 하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분석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시나리오를 세우는 것보다 대주주의 입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분 확보 거래를 어떤 식으로 진행할 지, 너무 비산 가격을 질러서 상대방의 기대치만 높이지 않으면서 너무 싼 가격을 불러 반발심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소프트 스킬도 필요하다.
또는 CEO 보다 CFO 에게 먼저 흘려두고 거래를 진행하거나, 단도직입적으로 CEO 에게 제시하거나, 적대적 방법을 시도하는 것처럼 환경을 조성해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등등의 방법도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주주는 정말 큰 금액을 주는 것이 아닌 이상 지분을 팔 생각이 없었기에 하드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다 활용해도 확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방법을 찾아보고 제시했으나 상대방이 지분을 못판다고 해서 경영권 확보는 힘들겠다' 라고 말하고 끝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사례에서는 우리 지분을 확대해서 적재적 M&A 위협을 느낄 수준이 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위에서 요구한 것은 '경영권을 확보' 하는 것이지 '지분을 인수하는 것' 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정무 감각이고,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잘 맞았다고 한다.
베트남 약품 투자 사례
전에 회사에서 베트남 약품 유통회사에 투자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베트남 약품 유통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투자 팀을 꾸려 투자를 진행했는데, 실제로는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아 투자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당시 대표님은 투자 자산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되었는데, 당시의 상사는 이 투자 건으로 승진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상사는 이 투자 포트폴리오가 성과를 잘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싶어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023년 경 이 사업이 잘 안된다는 내용이 사내에 돌아가면서 이 사업을 분석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대표님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먼저 유통 사업은 빠르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특히 잘 되는 사업일 수록)
매장과 점포 수를 빠르게 늘리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포 수가 확보가 되면 점점 흑자로 돌아서는 구조가 된다.
흑자로 들어서는 기간까지는 다루는 상품 특성마다 다른데, 제약의 경우에는 1년이 넘었다.
그래서 사업 자체는 적자가 크게 나는데 이게 사업 확장 과정에서 나는 적자인지, 매장 자체가 사업이 부진한 것인지 잘 분해해서 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상부에서는 일부 매장에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해서 부정적인 메세지가 전달이 되지 않기를 원하는 상태였다.
일단 당시 대표님은 사업을 뜯어봐야 하니 일단 냉정하게 다 분석해보는데, 분석 결과 투자 당시 투자 팀이 중요하게 짚었던 포인트 2개가 결국 문제의 원인이었고, 그래서 더 일을 처리하기가 난감해졌다.
(간단하게 포인트를 설명하면, 글로벌 제약 유통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일을 맡겼는데, 그 사람이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으로 세운 전략이 베트남 지역의 제약 유통 특징과 전혀 맞지 않아 역효과가 난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대로 가면 1년 안에는 자금이 바닥나서 증자를 해야하는 상황이고, 증자 상황까지 오게 되면 책임은 결국 당시 대표님이 져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상사와의 관계 문제보다 회사의 투자 자산 관리의 부실 문제가 컸기 때문에, 상사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상사를 설득해서 결국엔 문제점을 드러내는 방향대로 보고를 했다.
(이 상황에서는 결국 상사와 갈라서는 각오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상부 경영층에는 올바른 메세지로 설득이 되어서 보고는 잘 되었으나, 상사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일을 처리하면서는 이 일을 통해서 앞으로 어떤 과정으로 상황이 전개될지 고려해서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상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기 때문에, 연말에는 베트남에 어느정도 있었으니까 포지션을 옮길 수 있도록 요청해서 상사와 부딪히는 상황을 피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상사와 결국 정면 충돌하는 상황이 오면, 아무리 완벽한 보고서와 논리를 준비해가더라도 당시에는 보고서를 잘 썼다는 평가를 받을지 몰라도 뒤에서는 누가 누구를 치받았다더라와 같은 이야기가 남기 때문에, 그런 상황까지도 고려해서 상사와 극단적으로 들이받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제가 아무리 노력해봐도 이게 잘 안된다는 것을 상사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소프트하게, 시간을 두고 일을 진행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 일을 분석하는 작업은 세 달만에 끝났음에도, 위와 같은 과정을 고려하며 진행하였기에 실제로는 보고까지 6개월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남은 3개월 동안은 극단적으로 들이받지 않도록 최대한 조직 내에서 내가 최선을 다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 시간을 쓰셨다고 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스타일이 다르니까 어떤게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런 상황과 구도를 미리 생각하고 대응한다는 것은 사회초년생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을 초년생때 겪지는 않겠지만)
결국에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다.
회사 생활 할 때 하드스킬, 소프트스킬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윗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내 입장은 그렇지 않지만) 내 팀장과 상무,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면서 내 고용주는 회사가 아니라 내 팀장, 내 상사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면 단순해지고 쉬워지므로, 이를 고려해서 일을 하면 좋다.
그리고 요즘은 회사 분위기와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이런 정무적인 검각이 있고, (내가 뭘 원하고, 무슨 취지로 이야기 했는지 알아듣는 능력)
필요한 상황에서 야근을 하게 되더라도 표정에 티내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에이스가 되는 것 같다.
요즘은 회사에 헌신한다는 느낌보다,
내가 회사에서 얻어갈 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졌기 때문에
회사에 희생하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반대로 이야기하면 경쟁하기에는 더 쉬워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모두가 밤새 일을 해서 그런 것들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런 상황은 또 아니기에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기본적인 스킬셋' 들이 성실성으로 갖추어져 있는 상태가 전제되어야 한다.
어쨌든 결국, 사람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그런 것들을 고려할 수 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훨신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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